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2004년 12월 청와대로 동생인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가서, 박연차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위한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첫 공판에서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가 김정복씨를 위한 인사청탁을 했다는 건평씨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건평씨를 다음 공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전 수석은 건평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인사청탁을 했던 것과 같은 시점(2004년 12월)에 박 회장에게 상품권 1억원어치(특가법상 뇌물수수)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건평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김씨를 국세청장으로 임명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실패한 로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복씨는 당시 국세청장 경쟁에서 탈락했다.
건평씨는 동생(노 전 대통령)에게 김정복씨를 위한 인사청탁을 할 때, 다른 인사청탁 사건으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으나, 실형 집행은 유예된(집행유예) 상태였다.
건평씨는 2004년 7월 창원지방법원에서 고(故)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측에게서 "사장을 연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건평씨는 이후 항소를 포기해, 이 같은 1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사건 심리를 담당했던 최인석 부장판사는 당시 건평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대통령 친인척이 폼 내고 대접받으면서 지내면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았으니 부디 자중자애하라"고 충고를 했다. 그런데 건평씨는 이를 분해하면서, 선고를 받은 직후 최 부장판사에게 '항의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검찰은 김정복씨가 국세청장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국가보훈처 차장을 거쳐서 2007년 4월 국가보훈처장에 발탁된 점으로 미루어, 건평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인사청탁을 여러 차례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2일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가 25일 도착할 경우, 26일쯤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 기자 nukus@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