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제주도를 강타했던 태풍 '나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된 재난관리기금 수억원을 횡령한 각급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 20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일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재난관리기금을 횡령하고,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업무상횡령 등)로 현 제주도청 공무원 5급 L(54)씨와 6급 H(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서귀포시청 재난관리 담당 국장 K(58)씨를 비롯해 4급부터 최하위직인 청원경찰까지 각급 공무원 9명과 건설업자 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무원 L씨와 H씨는 서귀포시청 같은 부서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2월 국장인 K씨와 공모해 관내 4개 마을 이장으로부터 마을운영자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해당 마을에 있는 하천을 정비한 것처럼 허위로 공문서를 꾸며 4천887만원을 마을에 불법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L씨와 H씨는 같은 해 12월 청원경찰 K(39)씨와 짜고 특정 건설업체에 특혜를 주기로 하고, 남원읍 신례천과 서중천 등 11곳의 하천퇴적물 제거사업을 발주해 7개 건설업체에 장비 임대료를 부풀려 지급하는 방법으로 재난관리기금 8천748만원을 과다하게 지출하고 그 대가로 A건설업체로부터 1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K(45.6급)씨 등 공무원 2명은 제주시 용담2동에 근무할 당시인 같은해 10월 거래처에 재해복구물자 구입비를 과다하게 지급한 뒤 되돌려 받거나 자원봉사자 급식비 명목으로 허위지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946만원을 받아 유흥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제주시 공무원 L(49.6급)씨 등 3명은 재해복구물자 구입비나 공사 인력의 인건비를 과다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506만원을 받아 회식비와 선물구입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M전문건설 대표 K(50)씨는 지난해 7월 이호천을 정비하면서 500만원을 주고 장비를 임대했으나 808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꾸며 차액 308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재난관리기금 8천900만원을 횡령한 제주시 구좌읍 7급 공무원 K(36)씨와 건설업자 H(43)씨 등 2명을, 같은해 12월에는 재난관리기금 9천만원을 횡령한 제주시 애월읍 6급 공무원 K씨(49)와 7급 공무원 L씨(46) 등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로써 태풍 '나리' 재난관리기금 횡령액은 모두 3억4천591만원으로 늘어났으며, 이와 관련해 공무원 16명(4급 1명, 5급 1명, 6급 6명, 7급 2명, 8급 2명, 9급 4명)과 건설업자 12명 등 28명이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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