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잠식..‘더블딥’ 가능성
멕시코 발(發) SI가 막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어서려는 세계경제에 재차 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이미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경우 경제에 미칠 부담 비용이 총 3조 달러(약 4000조원)에 이를 수 있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잠식할 것 이라는 비관적 관측을 내놨다.
SI가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2차 세계대전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인 세계 교역량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이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여타 국가에 비해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자칫 ‘더블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우 올초에 환율이나 중국의 요인 등에 따라 수출이 상대적으로 좋았는데 이번 돼지독감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된다면 우리도 수출 쪽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SI가 확산된다면 경제 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돼지 인플루엔자가 글로벌 위기 급감하고 있는 세계 교역량을 더욱 줄일 수 있다”면서 “물론 확산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G20정상회의 등에서 간신히 합의된 보호무역주의 완화가 이번 SI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투자은행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의 존 해리슨은 “SI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정부 지출이 늘고 개입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 “신흥국의 경우 자본도피로 인한 피해가 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재차 신중모드 전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경기 하강 속도가 조금 완화되고 있을 뿐 경기 하강이라는 방향성은 그대로”라며 “현 상황에서 낙관적 진단을 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물론 윤 장관이 SI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종전의 조심스런 낙관론보다는 훨씬 신중한 스탠스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수출이 완전한 회복세가 아니며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살아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고용 여건도 심각하다”며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SI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겠지만 아직은 좀더 지켜볼 단계”라고 전했다.
김형곤ㆍ오연주 기자/kimhg@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