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과 대전시 등이 추진하고 있는 철로변 정비사업 과정에서 해당 원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적은 보상금액은 차치하고라도 시와 시설공단이 법에 보장된 주거 안정권 등 기본권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개인 희생 강요하는 국가 공공사업=“내 땅, 내 집에서 잘 살고 있는데 무슨 정비사업인가를 추진하는 바람에 셋방살이 신세로 전락했어요.”
13일 오전 경부고속철도 대전 도심 구간인 대전 동구 삼성동 철로변에서 만난 주민 박 모(50.여)씨의 말이다.
결혼과 함께 30여년 동안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해 온 박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추진된 철로변 정비 사업 때문에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처지다.
“땅과 집 가운데 30% 정도만 사업 지구에 포함됐다지만 집은 모두 다 헐릴 처지에 놓였고 땅도 쪼개져 활용도가 크게 낮아졌다”며 “사업 시행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나머지 땅에 집을 새롭게 지으라고 하지만 5000만원도 안 되는 보상비로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게 박 씨의 푸념이다.
결국 박 씨는 땅 일부와 집을 내주고 받은 보상금으로 도마동 인근에서 세입자 생활을 시작했다.
인근 신안동에서 10여년동안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는 이 모(65)씨. 주거가 가능한 상가의 세입자인 이 씨에게 시설공단은 3개월치 영업보상비 900여만원을 주고 가게를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씨는 “공단측이 법에 명시되거나 타 시.도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임대아파트 우선권 등에 대한 설명조차 없이 무조건 나가라고만 한다”며 “공단이 법적으로 보장된 주민들의 기본권마저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설공단과 달리 주택공사가 추진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경우 가옥주에게는 아파트 입주 우선권을, 세입자에게는 임대아파트 임대권이 우선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주민들은 “주공 뿐 아니라 서울시도 조례를 제정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데 같은 공공사업임에도 철로변 정비 사업 지구 주민들은 유독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 이전비.이사 비용 권리 고지도 없어=주민들은 아파트 입주권 뿐 아니라 시설공단이 보상과정에서 주거 이전비용이나 이사 비용에 대한 주민들의 권리마저 알려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씨는 “이전 비용 등에 대해 공단을 찾아가 항의하자 그제서야 서류를 제출하는 사람에 한해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말하더라”며 “생계에 바쁜 주민들이 어떻게 복잡한 법률을 제대로 알고 찾아갈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 박 모씨 역시 “공단 측에서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법에도 보장돼 있는 주민들의 권리마저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주민들의 경우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마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피해를 입는 주민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주거이전비 등에 대한 내용을 토지 소유자 등 주민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지난 2007년 개정한 관계법에도 어긋나는 것.
정부는 주민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 시기와 방법, 절차 등 보상 계획을 소유자 등에게 개별 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전부터 보상과 관련한 잡음이 있어온 것을 알아왔지만 철도시설공단이 사업시행자이다보니 크게 관여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앞으로 공단측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되풀이되는 주민 피해...대책은=철로변 정비사업을 비롯해 각종 개발을 둘러싸고 피해를 호소하는 원주민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원주민들이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 현실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목소리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하지만 현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 창출에만 급급한 나머지 원주민들의 피해에는 둔감해왔던 게 사실.
시민운동가 오훈씨는 “대체 이주지를 먼저 조성해 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한 뒤 개발에 나서고, 개발이 완료되면 주민들이 다시 재정착하는 순환개발 방식의 개발 정책이 시급하다”며 “선진국에서 접근하고 있는 방식처럼 마을 가꾸기나 모범 도시 사업 등을 통해 철거를 하지 않고 기존의 가옥 등을 개선하는 방식도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olbi@cbs.co.kr (대전 cbs 신석우 기자)